[김동길 박사] 다른 길은 없는가

열린의정뉴스 / 기사승인 : 2021-02-02 13: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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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길 박사(연세대 명예교수)
[열린의정뉴스 = 열린의정뉴스] 구십을 넘은 노인이 간단히 저녁을 먹고 서재에 나와 앉아 TV를 켜면 시사 문제나 세계 문화 탐방 같은 유익한 순서를 접하여 마음 속 깊이 감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녁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특히 아프리카에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저녁 한 끼를 제대로 먹은 우리들의 양심에 호소한다. 이런 꼴을 보고 "너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아니하느냐" 하는 그 책망을 듣는 것 같기도 하여 매우 거북하다.

많은 돈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한 달에 만 원 또는 이만 원이다. 그러나 여러 단체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요구에 다 응하려면 상당한 액수의 돈이 들 것이다. 나를 비롯하여 나의 이웃들은 대개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런 일에 일만 원 내지는 이만 원은 희사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을 우리에게 따로 마련해 주면 될 것이지 매일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하면 우리들의 정신 상태가 편안할 수 있겠는가.

그런 자선 기구들이 90%는 양심적으로 운영될지 모르지만 10% 쯤은 언제나 문제가 있다. 정부에서 세금을 거둘 때 그만한 액수를 아예 징수하여 저녁 먹고 5분 쯤 겪어야 하는 참혹한 경험을 면하게 해줬으면 한다. 환경은 생각지 않고 아이들을 낳아놓은 아프리카의 아빠 엄마들은 아무 책임도 없는가? 대한민국에 조용하게 살기를 원하는 우리들을 왜 양심이 부족한 사람처럼 다루는가? 자선사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양심을 밟으면서 우리를 괴롭히지 않고는 자선이 불가능하다면 그것도 반성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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