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에 느낀 것

열린의정뉴스 / 기사승인 : 2021-08-27 15: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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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길 박사(연세대 명예교수) ]
나이 사십이 되면 옛날 세월에는 아이들의 아버지일 뿐 아니라 때로는 손자손녀가 있는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다. 나는 혼자 살아온 탓인지 그 나이 대에도 그리운 존재는 어머니였다.

 

나의 사십 대를 생각하면 늘 자주 인용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아직도 연세대학의 교수로 있을 때인데 가을을 맞이하여 KBS에서 내 연구실로 찾아왔다. 가을을 맞이하는 내 감상을 듣고 싶다 하여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가을을 얘기하다 가을에는 유난히 고향이 그립다는 말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고향은 곧 나의 어머니를 연상케 하였고 어머님이 그리운 생각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대낮에 방송국 사람도 몇 있는 그런 상황에서 사십이 넘은 대장부가 눈물을 흘렸으니 창피한 일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방송국에 부탁하였다. “이 장면은 제발 내보내지 말라고” 그들은 말은 그리 하겠다고 해놓고도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어머니를 사모하는 나이든 교수의 모습을 모든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한동안은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고향을 떠나 38선을 넘어온 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가. 고향이 있어도 가보지 못 하는 내 신세. 그때 흘린 눈물이 처음엔 창피하였지만 뒤에는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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